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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속도도 나오지 않고, 손톱을 늘릴 여유도 없다. 하지만, 그 일격은 쉽게 로드의

환상을 잘라냈다.환상이 사라진다.――이 무슨, 강인한 영혼……아직, 패배를 인정

하지 않는 것인가.마치 구워진 듯 온몸이 뜨겁다. 특히 열이 있는 것은 머리――뇌

와 심장이다.뒤에서 목소리가 난다. 뒤돌아보면서 팔을 옆으로 내젓는다. 뒤에는 방

금 막 지웠을 로드의 환상이 서 있었다.환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또 다른 것이 나타난

다. 어느샌가, 내 시야는 무수한 로드의 환상에 가득 차 있었다.상하전후좌우. 지면에

선 자, 아래가 땅에 묻혀 있는 자, 공중을 비행하는 자. 뱀처럼 교활하고 감정이 없는

무수한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나는, 분노한 대로 그것에 덤벼든다. 뇌 안에

호로스 카멘이 침식해 온다.탁류와 같이 흘러들어오는 의사는, 방심하면 눌려버릴

것 같을 정도로 강대하다.――말도, 안 된다, 의식이, 너무 진하다. 고, 고작, 병사한,

영혼 주제에……이것이, 귀족의, 피인가? 아니……말도, 안 된다……!! 이 나에게, 맞서

다니, 절대로, 말도 안 된다!!로드의 환상은 몇 체를 쓰러트려도 줄어들 기미가 없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사력을 다해서, 나를 삼키려고 하는 영혼에 저항한다.나는, 산다

. 살아서, 자유를 손에 넣는다.――그릇이, 너무나도, 나락이, 너무 깊어! 어떻게 여기까

지……엔드, 명령이다. 저항을 그만둬라!로드의 목소리가 뇌내에 울리며, 나의 정신

을 괴롭힌다.엔드. 그건……누구야?가슴을 쥐어뜯는다. 심장이 세게 치고 있다. 기분탓이

아니다. 내 심장이, 움직이고 있다. 살아있다. 맥이 있다.시체가 아니다. 나는 보다 더

사악한 생물로……용서받지 못하는 괴물로, 죽음조차 초월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아아, 이것이 사령 마술사(네크로맨서)의 목적의, 저주의 끝인가!논리적 사고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나는 문득 사령 마술사(네크로맨서)의 숙원을 이해

했다.그들이 만들어낸 저주의 끝. 그들의 목적인, 죽은 자의 왕. 그것은 『불사』다.시체

가 되어도 계속 사는 것은 아니다. 산 채로 계속 산다, 완전한 『불사』와 『불멸』이다.

죽음은 그들에게 경과일 뿐이다.그들은 무수한 언데드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다. 스스

로를 언데드로 만들 뿐이라면 더욱 간단할 것이다.하지만, 그 수법을 취하지 않았다.

센리는 말했다. 1급 사령 마술사란,스스로를 특별한 언데드로 만든 존재라고.어느새

로드의 환상은 사라져 있었다. 그 대신, 눈앞에 커다란 어둠의 덩어리가 있었다.

환상이다. 크게 펼쳐진 검은 안개의 중심에 호로스 카멘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