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풀사롱

보며 다급히 물었다. “이것을 가져다 준 인물의 복장이나, 나이를 확인하지 않았

느냐?” “확인할 사이도 없이 물건만을 놓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위사의 말에 위

지군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들리자 모두의 시선이 위지군

에게 향했다. “허허허허!” 그의 웃음소리에 정철이 위지군의 소매를 잡았다. 그러

자 허탈하게 웃던 위지군이 상자를 뒤집었다. 그곳에 혈(血)이라는 강렬한 하나의

글이 쓰여 있었다. “혈류방!” 위지가려는 집에 돌아오자 자신의 처소로 들어가 수

를 놓기 시작했다. 제대로 할 수는 없지만 오늘 만난 능풍운이라는 사람에게 고마

움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늘에 찔리기를 몇 번을 거듭하며 손수건에 수를

놓던 그녀는 밤이 깊어가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열중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능풍

운은 흔히들 말하는 기린아였다. 비록 평범한 갈포를 입고 있었지만 그의 큰 키

와 늠름한 모습은 그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장에 오자 강호의

사람들을 잘 아는 순찰당의 인물들에게 능풍운이라는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그

들은 그가 강호 젊은이들의 우상이자 무공이 고강한 중원오기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위지가려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만난 사

람이 중원오기 중 한 명이다. 그녀는 그와 함께 동정호를 바라보고 서주의 거리를

단 둘이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했다. 그러자 얼굴이 약간 벌게

지며 수를 놓던 손이 바늘에 찔렸다. 검지손가락을 찔려 피가 모이자 그녀는 입

에다 검지를 물고 자신이 수놓은 것을 바라보았다. ‘호호, 역시 남자는 호랑이가

있어야 멋있어!’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만든 호랑이를 보고 흐뭇해하

고 있었다. 이것을 받고 기뻐할 능풍운을 생각하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녀

는 모르지만 그녀의 수는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를 그리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즐거워할 때 문이 열리며 그녀의 아버지인 위지군이 들어왔다. “어? 아버지.”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위지군이 자리에 앉자 그는 탁자의 위에 놓여 있는 수

를 보았다. 그는 딸의 섬세한 솜씨에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정말 잘

생긴 고양이구나.” “예? 호랑이인데요.”위지가려가 큰 눈을 깜빡이며 울상으로 말

하자 위지군은 헛기침을 하며 다시 말했다. 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서이다. “허허…, 정말 그렇구나. 내가 나이가 들더니 눈이 나빠져서 그러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