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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우의 고개가 천천히 세워지며 십여 장 밖에 서 있는 노미림 일행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뒤에 부복하고 있는 의문의 혈의인들을 보게 되자 그의 눈은 더없이 커져 갔으며 온몸을 떨

기 시작했다.세가는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의문의 인영들이 있다면 그 당사자는 당

연히 의심의 화살을 그쪽으로 돌릴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혈의인들이 갑자기 사라

지자 남궁우는 놀랐으나, 그 정도로 그의 잃어버린 이성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남궁우

는 그들이 철천지원수라는 것을 확신했다.”네놈들은 누구냐?”남궁우의 외침을 들은 노미림

일행은 걸음을 멈추었다. 노미림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남궁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관등 성명을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필히 죽여 버릴 것이다!!”남궁우의 외침에 남궁미미가

남궁우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우운비가 다리를 절며 앞으로 나왔다. 우운비 역시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들을 적으로 확신했다. 그의 다리는 무리한 경공으로 상처가 터져 피가 흘

렀고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아직까지 싸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남궁우의 말에 노미림의 일행 중 문호량의 인상이 가장 싸늘하게 굳어 갔다. 하지만 입을

연 것은 노미림이었다. 노미림은 이들을 그냥 지나치고 싶었다.”우리는 그냥 지나가는객

일 뿐이에요.””큭큭…, 지나가는 객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다니느냐!”남궁우

말을 들은 노미림의 안색은 더없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머리에는 수많은 번뇌가 그녀를 괴

롭히고 있었다. 자신의 원한을 위해 죽어 간 수많은 사람들의 영상이 그녀의 머리에서 떠

나지 않았던 것이다.그리고 남궁우의 얼굴에서 자결로 삶을 마감하던 남궁자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것이 그녀를 가장 괴롭히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으로 인해 죽어 갔는

데 아무렇지 않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거기다 자신과 피를 나눈 혈육조차, 따지

고 보면 그녀의 손에 죽었다.노미림은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았다. 이 일로 평생 죄책

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하여도 노미림은 아무런 원망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에

대한 원망도 이제 그녀에게 부질없는 짓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이곳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너희들뿐이다. 그런데 나보고 지나가는 객이니 길을 비키라는 소리인가! 절대 나

는 그렇게 할 수 없다!!”남궁우의 외침에 문호량의 손이 도집을 향했다. 하지만 시원일

이 말리는 눈으로 문